21.12.15
[왜냐면] 정은주 | <그렇게 가족이 된다> 저자
재영(가명)씨는 위탁모다. 생후 18개월 된 준이(가명)는 부모의 학대로 인해 재영씨의 가정에 위탁되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준이의 폭식이었다. 준이는 뜨겁거나 매운 음식도 울면서 급히 먹어댔고 너무 많이 먹어 토하곤 했다. 음식이 안 보이면 휴지통까지 뒤져 먹을 것을 찾았다. 이는 학대와 분리를 겪은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반응으로, 음식을 통해 정서적 공허감을 채우려는 본능이다. 준이는 심한 자해 행동도 보였다. 자신의 두 뺨이 빨갛게 되도록 스스로를 때리고 벽으로 돌진하여 머리를 박기도 했다. 애착장애 아동이 보이는 이런 모습은 누구도 아이의 몸과 영혼을 보살피고 존중해준 적이 없었던 데서 비롯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학대 이후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한 관심은 미미하다. 학대하는 부모에게서 분리되어 그룹홈이나 위탁가정으로 간 아이들에게, 의사의 진단과 심리치료의 혜택조차 바로 보장되지 않는다. 나는 그룹홈을 취재하면서 아동보호 체제 중 그룹홈이 가장 열악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위탁가정 취재를 시작하자 위탁가정의 어려움이 가장 커 보였고, 보육원을 퇴소한 청년들을 만났을 때는 이들의 삶이야말로 고난의 연속으로 보였다. 한마디로, 아동보호 시스템 전체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었다.
보호대상 아동들의 가정 보호율이 현저하게 낮은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현재 정부는 원가정 복귀를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입양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편이다. 올해 추진되기 시작한 입양 공공화 정책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민간기관이 진행하는 입양 절차를 정부가 맡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보는 것이다. 과거 우리 정부는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도 기본적인 공급능력도 없어 전적으로 민간에 의존해왔다. 민간 부문이 대등한 지위를 갖지 못한 탓에, 공공의 실패는 바로 민간으로 이전되었다. 우리 정부가 민간 부문을 지배하는 데 써왔던 낡은 전략들은 혁신적인 아동복지 정책에 걸림돌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정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6년 클린턴 정부는 위탁가정이 시설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절감하고 새로운 법을 제정했다. ‘입양 2002’라는 정책으로 2002년까지 입양을 두배 이상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던 것이다. 또한 ‘동시적 사례 계획’(concurrent planning)을 통해 원가정 보존과 입양 조치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에는 원가정 보존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추구했기 때문에 아동들이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불안정한 삶을 살아야 했다. 미국 정부는 많은 아이들의 희생을 겪고 난 뒤에야 입양 활성화 정책을 채택했고 이러한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원가정 회복을 위한 체계적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입양 활성화 정책도 찾아보기 어렵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가정에 안착하지 못하고 시설과 위탁가정을 전전해야 할까?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되면 예방대책 논의만 무성하고 그 후 아이들의 삶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다. 사회의 전폭적인 관심과 보호 속에 한 아이의 삶은 새살 돋듯 살아나야 한다.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일시적 보호가 아닌 영구적인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그러자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인 공공화 정책이 아니라, 공공과 민간이 대등한 위치에서 협력관계를 이루는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껏 일방적인 관리 대상이었던 민간이 공공에 대한 견제자이자 감시자의 역할까지 수행할 때, 진정으로 공공의 실패를 예방할 수 있다. 원가정이든 입양가정이든 상처 입은 모든 아이들은 가족의 품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는 학대 피해 아동들의 삶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출처: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23478.html
내 modoo! 홈페이지, 더 많이 방문하도록 홍보하고 싶다면?
네이버 검색창에 "전국입양가족연대@"으로 검색하도록 안내하세요.
"홈페이지명"에 "@"을 붙여 검색하면
네이버 검색에서 modoo! 홈페이지를 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기호 @은 영어 "at(~에)"를 뜻하며, 홈페이지 주소 modoo.at에서 at을 의미합니다.
로 무료 제작된 홈페이지입니다. 누구나 쉽게 무료로 만들고, 네이버 검색도 클릭 한 번에 노출! https://www.modoo.at에서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 NAVER Corp.